8월 5일의 월요일

PM 03:05
고객사 인터뷰를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가고있다.
간단한 면접을 보고, 나를 맘에 들어하면 그 업체의 상주직원으로 출근하게 된다.
과연 어떤 분위기일지 궁금하다. 무려 강남구 수서역.. 거리가 집에서도, 사무실에서도 상당히 멀다.
만약 내가 생각하는 것 만큼 업무강도가 세지 않고 분위기가 좋다면 버틸 수 있겠지만
그 반대라면 또 나와서 다른 직장이나 알아보고 있을 내 모습이 훤하다.
하지만 지금은 고객사보다는 지금 당장 업무시간에 지하철을 타고 이동을 하고있다는 사실이 좋다.
어차피 정해진 시간에 퇴근은 할 것이고, 그저 이동하는 것 조차 업무일 수 있다는 것.
그래도 인터뷰가 끝나고 다시 사무실에 돌아가서 퇴근을 해야겠지.
출퇴근시간이 아닌데도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지하철을 이용하고있다.
여기에 있는 수 많은 사람들은 다들 오늘이 나처럼 특이한 날이라서 지하철을 타는 것일까
한동안 이동할 때 대부분을 오토바이로 하다보니 지하철이 어색하다.
최근에는 비소식이 있거나 가끔.. 연신내를 갈 때에만 지하철을 탔던 것 같다.
앞으로는 지하철이 다시 익숙해지겠지..
그리고 일주일에 5일씩은 이런 생각을 하다가
금요일 저녁이 되면 걱정이 잠시 사라지겠지.
내가 그동안 멀다고 생각했던 강남 쪽이
생각보다 가까운 곳이었나보다.
강남 중에서도 가장 멀리있는 수서라는 곳으로 앞으로 왕래를 할 생각을 하니까 걱정이 가득하다.
이력서를 넣을 적엔 거들떠도 안보던 곳으로 출근이라니. 하지만 다들 잘도 하루에 한시간, 길게는 한시간 반이나 걸려서 일터를 왔다갔다 하는 모양이다.
적어도 두시간 이상은 이런 지하철과 버스 안에 몸을 맡겨왔다는 것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진다
시간이 지나 뭔가를 계속 새롭게 해나갈 수록 내 머리 속에 지도는 점점 넓어지는데 반해, 거리는 점점 가까워져간다.
이전에는 가려면 한시간, 한시간 반 정도를 잡고 가야했던 곳을 지금은 30분 정도면 갈 수 있다.
세상이 좋아진건지 내가 경험이 많아진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누군가와 이런 이야기를 나눠보고싶다. 기분이 이상하다.
결국 수서역은 조금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나를 고용했던 분에게 얘기했다. 거리가 너무 먼 것 같아 다른 고객사로 갈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싶다고. 갈 수 있는 곳을 확인해보겠다며 내일 아침에 얘기해보자고 하시는데,
솔직히 나는 이런 높은 상급자와 면담하는 것이 굉장히 불편하다. 분위기는 웃으며 이끌어 갈 수 있지만, 뭔가 의견이
합치되지 않는 부분이 나온다면, 분명 대화가 즐겁지만은 않을 것이기 때문.
또한 기본적으로 나는 회사에서 거진 투명인간같은 존재이고 싶기도 하다. 어련이 알아서 잘 하겠지 하는 종류의 사람으로, 딱히 관심주지 않아도 점심 되면 알아서 밥 먹고, 퇴근시간 되면 알아서 퇴근하고, 딱히 큰 문제 일으키지 않고 무난하게 일 처리하는 그런 존재.
나는 그동안 다른 곳에서는 계속 그런 존재로 회사생활을 해왔기에, 그런 식이 가장 편하다.
내일은 어차피 고객사 쪽에서 결과를 받기도 해야할거고, 다른 고객사를 알아봐준다고 했으니 관련해서 얘기도 해봐야할거고. 아마 또 인터넷으로 영어단어나 찾아보던 계속 티나지 않게 노는 시간이 될 것 같긴 하다.
그래도 나는 좋다. 그런 시간조차도 돈을 번 것이었으니까. 오늘 오후시간부터 계속 탔던 지하철에 있는 동안도 돈을 벌었던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