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잣말

양화대교

눙물슨 2019. 8. 18. 21:23

자이언티의 양화대교가 흘러나오고 있다. 오늘은 차 한잔 외엔 아무것도 먹지 않고 하루종일 스트레스만 받다가 밖으로 나왔다. 정말 무의미한 노동과 무의미한 무시를 받다가, 너무 피곤해져서 밖으로 나와 밥을 챙겨먹고 잠시 카페에 왔다.
어머니의 상태가 갈수록 심해진다.
어제 저녁엔 학교선배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셔서, 동네에 있는 병원 장례식장을 저녁에 다녀왔는데
할머니 돌아가셨을 때는 자리를 지키다가 잠깐 집에 자러가기도 해놓고서 남의 장례식은 잘 챙겨간다는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새벽에 귀가하니, 그 때부터 집이 좁다며 내가 놔둔 짐을 거실과 테라스, 빌트인 신발장에서 모두 치우라는 이상한 명령을 들었다. 새벽 네시에.
있지도 않은 나의 짐을 계속 치우라고 하길래, 분부대로 새벽 4시에 불켜고 열심히 짐을 치우고 있었다.
그랬더니 또 자야한다며 내일 하라고..
대강 정리한 뒤, 오늘 날이 밝고서부터 늘어지게 자고 일어나더니 그 때부터 다시 시작됐다. 집을 뒤집어 엎으며 폭언의 연속..
그냥 빠르게 일을 끝내고 말려고 했지만 엄마는 업무처리 속도 하나는 기가막히게 느리면서 성격만 급하다.
점심부터 저녁이 다 갈 때까지 그 얼마 되지도 않는 짐을 뒤집어 엎으며 소리를 질러댔다.

저녁시간에 머리를 식히기 위해 들어온 가까운 역 주변의 카페. 교회에서 단체로 와있는 것인지 젊은 사람들 한 무리가  '신앙' 등의 단어를 간간히 말하며 소리를 지르고 왁자지껄 떠든다.

슬슬 독립을 할 때가 된 것 같다. 나도 이제 1년 이상 일할만 한 직장을 구하도 했고, 매 주 주말마다 이렇게 악순환을 반복했다가는 나조차도 생산적이지 못하게 항상 부정적으로 변해갈 것이다.
사람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고 했다.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주변에 있으면 나도 누군가를 사랑하고 좋아하는 것이 익숙해진다. 항상 힐난받고 안좋은 소리만 듣고 살아간다면 점점 정신이 죽어 말린 동태같이 생긴 살아있는 송장이 되어갈 것이다.
폭언이 더 이상 듣고싶지 않아 방문을 닫으면 방문을 열고 들온다. 문고리를 잠구면 물을 두드리며 소리를 지른다.
참으로 역겨운 삶이다. 개인의 삶이 보장되지 않는 공간이라니.
기분이 너무 나빠서 오늘은 집을 나오기 전 방문을 걸어잠궈놓고 나왔다. 어차피 젓가락 하나 있으면 열 수 있겠지만,
그정까지 생각이 미지 않아 부쉈으면 부쉈지 머리를 쓸 사람은 아니다.

어제, 장례식이 끝나고 새벽 3시 즈음 갔던 한강공원

나는 어제 하루를 잠으로 채웠다. 금요일에 일이 나름 보람있게 일찍 끝나고 나서..
자동차 운전연습을 하고 너무 미친듯이 졸렸다. 정말로 오랜만에 날씨가 시원해졌었기에, 주말의 밤이 너무도 아까까웠다. 그래서 5호선 끝자락인 마천역까지 드라이브를 다녀왔다.
차는 막히지 않았지만, 위험하게 운전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간 스트레스가 쌓인 것이 원인이었지는 모르겠지만
위험하게 운전하는 사람들이 나의 생명을 담보로 거의 사고를 내기 직전까지 붙었을 때, 경적을 울리고 그 차와 평행주행을 하며 창문 안쪽을 쳐다보다가 앞질러버렸다.
평소의 나같아서는 상상도 못할 운전매너.. 지나쳤으면 지나치게 했지..
참 재밌는 것이, 고급차도 아니고 창문 안쪽에 비추는 얼굴을 보면 그냥 동네 아저씨 그 자체인 사람들이 그런 흉폭한 운전매너를 가졌다는 것이 참 신기했다.
하기사.. 나도 기분이 안좋으니 그렇게 질주를 버리는데, 그 사람들이라고 다를까. 아마 앞으로는 그렇게 질주할 이유가 없을 것 같다.

천천히 전세집을 알아봐야겠다. LH전세 대상자이긴 하지만, 주소지가 서울이기 때문에 경기인천권으로 빠져야겠지만, 그래도 독립하면 사회생활 외에는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없겠지.
그게 아니면 첫 월급을 받아본 뒤 중소기업전세대출 제도를 이용해서 한번 서울권을 노려봐야겠다.
정말.. 내 주변에서는 집으로 들어가면 편하다는데, 나는 빨레, 식사, 청소, 집세, 숨쉬는 것, 욕먹는 것, 화장실 사용하는 것 등 정말 미세한 하나하나까지 지적을 받으니.. 군대보다 더 힘들다.
뒤 돌아서면 또 나를 낳아준 존재라는 것에 마음이 연해지는데, 다시 악순환이 반복되면 자비없이 사라져줬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오늘, 내가 좋아하던 검정색 시계가 멈췄다. 7시 40분. 분명 어제까지만해도 잘 시간을 가리키다가, 오전인지 오후인지 구분도 할 수 없게 멈춰버렸다. 조만간 시간이 될 때 배터리를 바꿔줘야겠다. 나의 삶도 지금은 잠시 멈춰버린 초침처럼 주춤거리고있지만, 분명히 나에게 좋은 일이 생길 것이다.
계속 앞을 보면서 나를 위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좋은 생각을 하면서 살아야지.
이제 어느정도 머리도 식었고, 다시 전투준비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야겠다.
별 일 없겠지만, 분명 뭔가 별것도 아닌 것들로 악담을 듣겠지. 방 안에 들어서 방문을 잠그고 음악을 만들자.
진흙 속에서도 진주는 빛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