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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채꾼 우시지마 극장판 파트2

어제 퇴근하자마자 집에 가는 길에 잠시 노량진을 들러 치킨카레떡볶이를 샀다.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가 않는다. 오늘은 저녁에 뭘 먹을지에 대해서 고민할 수 있다는 것이 굉장히 큰 변화로 다가온다. 이전에는 조금 더 아껴보겠다고.. 아니, 아끼지 않으면 금전적으로 위험한 정도의 벌이라고 생각이 들어서, 항상 일나갔을 때는 집에서 도시락을 싸오거나 편의점에 가서 저렴하게 식사를 해결해왔다. 그렇게 지내면서도 돈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았다. 어차피 당장의 내가 벌 수 있는 한계치까지 열심히 벌어봐야, 인생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걸 알았던 시기였다. 집 한채, 혹은 사업체 하나..
너무도 어려운 삶이다. 그저 빌려서, 천천히 살면서 갚으면 되지 하고 맘 편하게 생각하고 결정하기엔, 그런 방식의 삶을 사는 독불장군이 몰락해가는 것을 바로 옆에서 아직까지고 관찰할 수 있기 때문에, 정말로 쉽지가 않다. 나의 돈은 소중하지만, 타인의 돈.. 그 중에서도 기관이나 단체의 돈은 소중히 여기지 않는 사람.
그렇게 생각이 꼬리를 물다보니 갑자기 이전부터 보고싶었던 영화가 떠올랐다.
'사채꾼 우시지마'
사실 만화가 원작이고, 만화를 굉장히 재미있게 봤으나, 내가 본 영화 중에서 2D나 3D 원작을 리메이크한 작품들은 대부분 좋은 느낌을 받지 못했기에, 정말 큰 기대 없이 식사하는 동안만 킬링타임 느낌으로 켰던 영화였다.

사채꾼 우시지마 극장판 파트2

사실 극 중 우시지마라는 주인공을 연기했던 야마다 타카유키라는 배우의 외모가 굉장히 샤프한 편이라서, 190cm가 넘는 거구에다 사람을 쳐다보는 것 만으로 위압감을 주는 우시지마를 원작만큼 소화하지는 못 한 느낌이다.
하지만 기본적인 이 작품의 스토리는 우시지마를 중심으로 흘러가되, 사실상 옴니버스 형식인데다, 주인공은 방관자 역할을 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주연은 각자의 스토리 안의 조연들이라고 생각이 된다.
개인적으로 소설 중에서 이런 옴니버스 형식을 취하는 장르를 굉장히 좋아하는 편인데, 그러한 시리즈물의 대부분 이런 느낌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주인공은 대개 자신의 운명에 각 화의 조연들이 개입하지 못하게 선을 긋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간혹 조연 중에서도 주인공에게 큰 영향을 줄 때 스토리가 진행되는 식이었다.
이런 형식을 취하고있던 애니메이션 '지옥소녀'의 경우에는, 결국 누군가를 지옥으로 데려가고.. 그 장면조차도 변신소녀물 처럼 같은 장면을 계속 쓰다보니 몇 화 보다가 금방 질려버렸다. 매번 에피소드마다 다른 조연과 다른 스토리가 있었음에도.
하지만 사채꾼 우시지마에서는 옴니버스식 구성을 가지고는 있지만, 이미 작품에서 다루는 주제와 이끌고가는 분위기가 굉장히 현실적이지만 일반인은 절대로 접할 수 없는, 그런 범죄세계를 다루다보니 지루할 틈이 없다. 그리고 마지막 결말을 같은 변신장면을 내보내고 결국 지옥으로 보내는 클리셰와는 상반되게, 악한 인물이 벌을 받을지 행복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사실 영화에서는 배우를 채용해서 원작의 스토리와 인물에 거의 변화를 주지 않았다.
하지만 원작의 스토리가 원래부터 아주 탄탄한데다, 그림조차도 실사에 가까운 느낌을 사용해서 그런지, 만화적인 느낌 없이 처음부터 실사영화로 만들어진 것 같았다.
사채업을 찾아가서 돈을 빌리고, 말도안되는 고금리인 액수를 갚아나가면서도 현실감각이 떨어져 다시 돈을 빌린다. 그런 악순환 속에서 한발자국이라도 밖으로 나갈 의지가 없는, 나가려 하지도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보면서도 굉장히 가슴 한켠이 불편해졌다. 마치 나에게서도 그런 몰락해가는 인간상이 보이는 것 같았고, 나의 가족에게서도, 주변 사람들에게서도 그런 모습이 보였다. 단순히 어떠한 계기만 있으면 충분히 그렇게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극 중 호스트에 대한 연심으로, 호스트바에서 비싼 술을 주문해 그를 도와주고싶어했던 여주인공. 사진은 다른 영화에서도 주연을 맡은 카도와키 무기.


성공하기 위해 무리하다가 멈출 곳을 몰라 선을 넘어버리고, 미래에 대한 생각 없이 살다가 구타를 당하기도 하고, 가족을 인격체로 받아들이기보단 주변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미지를 가꾸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기도 하고, 도박으로 빚을 지고 같이 사는 하나 뿐인 딸에게 매춘을 해서 돈을 벌어오라고 설득을 하는 등
정말로 인생의 끝자락에 서있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겉만 봐서는 동정심이 하나도 생기지 않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오히려 그렇게 몰락해가는 중심인물은 주변 사람들이나 환경에 의해 끌려다니는 느낌을 받아서 보면서도 가슴이 아팠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우연히 길에서 만난 호스트를 좋아하게 되어 돈을 마련하느라 열심히었던 여학생과, 독한 마음을 먹고 업소 내 최고가 되려했던 호스트의 이야기다.

자신을 좋아하는 여자의 마음을 이용하여 업소 내 최고의 자리에 오른 호스트 레이


여학생은 중학교를 졸업하고 학교생활을 하는 대신 아르바이트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그녀가 아침에 일하러 갈 때 교차되며 등교하는 또래의 여학생들을 보며 부러워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집에서는 괜히 집이웃으로부터의 이미지가 안좋아질까 눈에띄는 행동을 하지 못하게 하고싶어하는 모친과, 고액 연봉을 받다가 직장을 잃은 뒤로는 액수가 맞지 않다며 일을 하지 않는 부친, 그리고 사춘기가 늦게온건지 습관적으로 흠을 잡아 폭언을 퍼붓는 언니가 있었다.
극 중에 보이는 그녀의 성격은 너무도 평범하고, 오히려 이해심이 더 많은 편으로 그려졌다. 하지만 주변 인물들이 돈에 대한 가치관을 그녀에게 강요하고, 주입하면서 조금씩 상황이 변해가기 시작했다.
호스트는 아무 생각없이 여자에게 인기를 얻고싶은 마음에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가 일하는 업장은 처음 3개월까지만 지급되고, 이후엔 전부 인센티브로만 급여를 받는데다, 인기가 없는 호스트는 주변 동료에게 무시를 받아 버티지 못하고 그만둔다.
그는 3개월차가 끝나갈 무렵, 자신의 어머니를 손님으로 데려와 주목을 받았다. 이후 천천히 자신의 꿈을 키워가려 할 때 즈음, 그의 어머니가 집에서 연탄을 피워 자살해있는 것을 보고, 마음을 독하게 먹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 수록 여자는 호스트의 마음을 잡을 큰 액수를 마련하기 위해 데이트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고, 점점 돈에 대한 가치관이 변해버린다. 그리고 남자는 거액을 주는 스폰서를 잡았으나, 5위 안에 들기 위해, 1위가 되기 위해, 그리고 1위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힘들게 돈을 버는 여자에게까지 큰 돈을 요구한다.
마지막엔 여자를 스토킹하던 남자가 호스트의 얼굴을 야구방망이로 망가뜨린 것을 계기로 각자의 인생으로 갈라지고, 여자는 호스트에게 주기 위해 진 빚을 변제하기 위해 매춘을 하고, 남자는 이자까야 주점에서 고기를 굽는다.
그 둘은 갈라지고 난 뒤부터는 서로에 대한 생각은 전혀하지 않는다.
애당초 서로를 사랑하지 않은 것 같이 그려진다. 친미감이라는 감정을 공유하기는 했지만, 서로 사랑하는 장면은 없었다. 되려 그 둘이 나눴어야할 사랑을 각자 돈과 바꾼듯한 느낌이 많이 들었다. 돈 때문에 원치않는 잠자리까지 가졌지만, 그 둘의 궁극적인 목적은 돈이 아니었다.
두 인물이 얻고싶었던 채워지지 않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그걸 내가 알았다면 삶을 좀 더 부드럽게 다듬어갈 수 있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