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굉장히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이 일었다.
어제 라뜰리에라는 전시를 관람했는데, 기대 이상의 고퀄리티인 설치미술과 3가지나 되는 연극까지 관람할 수 있었다.
하지만 특성상 가장 인기가 많고 인지도가 높은 빈센트 반 고흐를 많이 다뤘는데, 3차원으로 고흐의 붓터치를 재현해
조명 주변의 빛처리를 표현하거나, 전시관 내부의 카페를 반 고흐의 그림에서 볼 수 있었던 카페와 같은 느낌으로
카툰랜더링의 느낌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가장 감명깊었던 부분은, 고흐의 생애를 다룬 연극을 관람했을 때 였다.
과거 고흐의 주변 인물들을 인터뷰 하는 식으로, 홀로그램을 띄워 진행하는 1인 연극이었는데,
비교적 루즈한 느낌이라 집중도가 조금 떨어지긴 했지만 내용 자체가 굉장히 흥미로웠다.
고흐의 외로움을 들여다볼 수 있었고, 자신의 귀를 자르는 것, 자살한 것까지.
그리고 그것들과 작품이 어떤 관련성이 있었는지.
그 생애를 들여다본 뒤 고흐의 작품을 다시 감상해보니 느낌이 굉장히 달랐다.
중학교, 고등학교 미술시간에서는 그저 지루하기 짝이 없는 마네, 모네, 고흐, 고갱, 세잔 어쩌고.. 그런 것들이
그들의 스토리를 알고 작품을 감상하면 확실히 느낌이 다르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았다.
미술 작품이란 것이 이렇게 재밌는 것이구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스에서도 아마 비슷한 느낌을 받았던 것 같은데, 당시에는 그저 배우 오웬 윌슨이 연기를 너무 재밌게 잘해서 그런 줄만 알았다.
고흐의 일생을 알게되면서 느꼈던 점은, 분야를 구분하지 않고 예술을 하려는 사람들이 요즈음만 힘든 것이 아니라,
오래 전에도 지금만큼이나 충분히 어렵고 힘들었다는 것이다.
나도 작곡을 하고, 음악을 한다고 주변에 얘기하긴 하지만, 정작 그것으로 생계를 이어가지는 못해서 회사를 다니고, 여러 일을 하고 있다.
반 고흐는 이런저런 힘든 일을 겪고나서 마음이 어지러울 때 아를이라는 곳으로 머리를 식힐 겸, 작품활동에 집중할 겸 이주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2달간 죽기 전까지 80점이라는 엄청난 양의 작품을 남겼다고 한다.
그것도 그리는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유화 작품을.
'별이 빛나는 밤에', '사이프러스 나무' 등 유명한 작품들이 그 시기에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나는 당장 80개의 곡을 제대로 완성하지도 않았음에도 음악적으로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 너무 아이러니했다.
그런 굵직한 작품을 만든 사람들은 대부분 수도 없이 과거에 작품을 '완성'해보았기 때문에 비로소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내 청중의 평가란 것을 많이 얻을 수 있었다.
나도 그렇게 하고싶다. 마음만 앞서고 실천하지 않는 나의 나태함.. 다시 나의 것을 만들어 음악적인 자신감을 되찾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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