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혼잣말

키보드가 살아났다.

저번 주.. 여자친구가 이사를 가며 나에게 선물해준 블루투스 키보드. 아이패드에 연결해서 카페 따위의 외부 장소에서도 글을 자유롭게 쓸 수 있게될 것 같아 기분이 좋았는데, 여자친구가 이사하는 당일 바이크를 타고 집으로 오던 중 말도 안되는 폭우가 쏟아졌다. 그것도 단 20분동안만.. 소나기라고 해야할지 뇌우라고 해야할지 집에 와서 블루투슷 키보드를 연결해보니 키를 하나를 누르면 다른 키가 같이 눌리는 상태로 고장이 나있었다. 그래도 여자친구가 준 소중한 선물인만큼,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어떻게든 고쳐서 사용한 사람들의 후기가 있었다. 그 사람들은 심지어 단순히 물에 젖은 것이 아니라, 아예 커피를 쏟아버린 사람도 있었다.
나라고 그들처럼 못 고쳐쓰랴.. 하는 생각으로 키보드를 분해했다. 나사 없이 조립이 되어있는 제품이라서 뾰족한 도구 하나만으로 분해에 성공.. 안 쪽에 헤어드라이기를 찬바람과 따듯한 바람으로 번갈아가며 물기를 말려줬다. 확실히 내부에 있던 물기는 이렇게 말려주지 않으면, 내부 부품끼리 맞닿아서 절대로 마르지 않을 느낌이었다.
결과적으로는 더 고장났다. 다시 조립해서 사용해봤을 때, 하나의 키를 누르면 더 많은 키를 인식해버렸다. 그래도 버릴 수 없는 그녀의 선물.. 당분간은 계속 가지고라도 있기로 했다.
이후 몇일이 지나 오늘.. 거의 5일 정도 됐을까.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블루투스로 아이패드에 연결해보니 놀랍게도 살아났다...

그녀와 함께 시간을 보냈던 동대문 라뜰리에 전시회. 모네의 정원이라는 전시관이었다.

여자친구에게도 이 기쁜 소식을 전했고, 나도 이 기쁜 상황을 만끽했다. 일부러 컴퓨터 카카오톡을 할 수 있음에도 데스크 코앞에 아이패드를 놔두고 블루투스 키보드로 카카오톡을 했다.
여자친구가 내가 키보드 타이핑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 선물해준 IT 기기.. 그녀는 언제나 나의 취향에 맞는 선물을 해주려고한다. 항상 너무너무 고맙고, 사랑스럽다. 내가 좋아한다는 표현을 더 많이 해주고, 그녀가 원하는걸 빨리빨리 캐치해서 잘해줘야하는데.. 아직 나도 많이 멀었나보다.

 

'혼잣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양화대교  (0) 2019.08.18
하루하루  (0) 2019.08.14
잊혀진 추억을 되살려본 8월 7일 수요일  (0) 2019.08.07
어제와 오늘, 이틀간 175만원을 벌었다.  (0) 2019.08.07
8월 5일의 월요일  (0) 2019.08.05